Bentley 뮬산 터보에 탑승하는 리카르도.
Bentley 뮬산 터보에 탑승하는 리카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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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lsanne Turbo

Riccardo Pozzoli(리카르도 포촐리)

밀라노의 한 자동차 쇼룸에 진열된 오프 화이트 색상의 1985년식 뮬산 터보는 이대로 잊힐 듯 보였지만, 리카르도 포촐리(Riccardo Pozzoli)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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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자동차 마니아들의 로망
Lake Maggiore(마조레 호수)
호수 위

“가까운 친구들이 몇 명 있는데, 안타깝게도 저를 포함해 모두 자동차에 정말 미쳐 있어요. 다들 엄청 열정적이죠. 만나면 밤늦게까지 자동차 얘기를 하곤 해요. ‘뭘 사고 싶어?’ ‘다음 계획은 뭐야?’ 이런 이야기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하는 리카르도 포촐리 역시 이 자동차 애호가 무리에 속한 것을 그다지 싫어하지 않는 눈치입니다. 왕성한 사업가인 그는 전략 자문 기업 Hyle Consulting의 창립자이자 Luxottica의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Luxottica가 소유한 브랜드 Persol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에 능숙한 이 디지털 세대에게는 또 다른 면모가 있습니다. 리카르도 포촐리는 손으로 직접 만드는 것과 아날로그적인 것에 열광하는 하드코어 팬입니다. 특히 엔진이 있는 것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리카르도 포촐리는 디자인 스튜디오와 이사회실을 벗어나면 아내 가브리엘 그리고, 두 어린 자녀와 함께 Lake Maggiore(마조레 호수) 근처에 자리한 집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냅니다. 호수 위에는 꼼꼼하게 복원된 1971년식 목조 모터보트가 포촐리의 가족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집과 선착장을 오갈 때 그의 발이 되어 주는 것은 1985년식 뮬산 터보입니다. 몇 센티미터 정도 차고를 높이고, BF Goodrich 오프로드 타이어를 끼웠으며, 사파리 랠리 스타일로 한층 터프하게 꾸몄습니다. 

 

이 보트와 자동차의 공통점은 무엇일지 묻자, “글쎄요, 둘 다 영국 엔진을 사용하죠...”라는 답변이 돌아옵니다. 포촐리가 거의 폐선에 가까운 상태로 발견한 10미터 모터 크루저는 Perkins 트윈 디젤 엔진으로 구동됩니다. 포촐리가 직접 꾸린 팀이 1년 넘게 공을 들인 끝에, 레나토 ‘소니’ 레비(Renato ‘Sonny’ Levi)가 설계한 나발테크니카(Navaltecnica) 선체를 갖춘 보트는 마침내 예전의 영광을 되찾았습니다. 유리섬유 선체의 현대식 크루저를 선택했더라면 훨씬 간단했을지도 모르지만, 포촐리는 결코 타협하는 법이 없습니다. 

“그 보트는 15년 동안 움직이지 않은 채 방치되어 있었어요. 그 상태로 물에 띄웠다면 가라앉았을 거예요. 거의 모든 부분을 다시 손봤어요. 페시아, 크롬, 실내 등 하나부터 열까지 완전히 복원했죠.” 그가 특히 만족스러워하는 부분은 내장재입니다. 이탈리아 럭셔리 패션 브랜드 Loro Piana의 앰버서더인 리카르도 포촐리는 생트로페의 고급 비치클럽 라 레제르브(La Réserve)를 위해 디자인된 패브릭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마조레 호수의 늦가을 햇살을 받아 래커 마감한 마호가니 목재와 새롭게 크롬을 입힌 조종 장치가 반짝이고, 갑판 아래에서는 트윈 디젤 엔진이 나직하게 돌아갑니다. 포촐리가 호숫가를 따라 늘어선 이웃 유명 인사들의 집을 가리킵니다. 

 

50년 된 목조 모터보트를 복원하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꽤 큰 프로젝트일 것입니다. 하지만 선착장에는 포촐리의 또 다른 ‘파격적인’ 아이디어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로 1985년식 Bentley 뮬산 터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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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스토리

‘한번 해보죠’
사랑에 빠지다

Bentley의 6.75리터 V8 엔진에 터보 차저를 장착하자는 아이디어는 1970년대 후반, 당시 CEO였던 데이비드 플라스토우(David Plaistow)가 수석 엔지니어 존 홀링스(John Hollings)에게 건넨 한마디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한번 해보죠.’ 1982년에 출시된 뮬산 터보는 실제로 수많은 Bentley 오너들을 미소 짓게 했습니다. Garrett AiResearch 터보차저 덕분에 엔진 출력이 50% 향상되었고, 0-60 mph 가속 시간은 정확히 7초로 단축되었습니다. 2.3톤급 럭셔리 세단으로서는 놀라운 속도였습니다. 자동차 전문지들은 ‘Blower Bentley의 귀환’이라고 극찬했습니다. 

 

뮬산 터보는 1985년까지 생산되었으며, 이후 핸들링과 주행 안정성을 개선한 터보 R로 대체되었습니다. 터보 R은 전작보다 더 많이 판매되었지만, 오랫동안 기다려온 Bentley의 부흥을 이끌고 성능을 다시 브랜드의 핵심으로 끌어올린 모델은 뮬산 터보였습니다. 

리카르도 포촐리가 뮬산 터보를 발견한 곳은 밀라노의 한 자동차 전시장이었습니다. “예전부터 클래식 영국차를 좋아했어요. 완벽한 차는 아닐지도 모르죠. 그래도 재밌고, 매력적이고, 우아해요. 그러면서도 스포티하죠.”

 

“뭔가 특별한 차를 원했고, 사파리 랠리카를 만들어보고 싶기도 했어요. 두 가지 생각이 자연스럽게 이어졌죠. ‘Bentley도 갖고 싶고, 랠리카도 만들고 싶고.’ 그래서 기계적인 상태는 좋지만 차체는 완벽하지 않은 Bentley를 찾기 시작했어요.” 뮬산 터보는 클래식카 콩쿠르에 출품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기계적으로는 문제없이 잘 작동했습니다. “처음 Bentley를 몰아봤을 때 ‘그동안 왜 Bentley를 한 번도 안 샀지?’ 싶더라고요. 토크, 엔진, 승차감을 느껴보니 정말 놀라웠어요. 이 차는 꼭 가져야겠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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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위에서

사파리 Bentley
헤어핀
여정의 즐거움

뮬산 터보의 도장은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고 색이 바랬지만, 포촐리가 원하던 바로 그 모습이었습니다. 그는 보닛과 트렁크를 무광 블랙으로 도색했고, BF Goodrich 오프로드 타이어가 장착된 Speedline 알로이 휠도 같은 무광 블랙으로 마감했습니다. 메시 그릴 사이로 보이는 옐로우 엔진 팬과 눈에 띄는 견인 브래킷이 더해져 랠리카 스타일이 완성되었습니다. 하지만 타이어가 닿지 않도록 약 5cm 높인 서스펜션이야말로 원래 럭셔리 리무진이었던 이 차를 리카르도 포촐리만의 랠리 스타일 뮬산 터보로 탈바꿈시킨 주역입니다. 

 

“기계적인 부분은 완벽했어요. 셀프 레벨링 유압식 서스펜션도요. 1열 시트가 처져 있어서 교체했는데 그게 끝이에요.” 

 

터프한 외관과 클래식한 Bentley 인테리어가 어우러진 랠리 뮬산 터보에는 포촐리가 사랑하는 두 가지 즉, 고요함과 폭풍이 공존합니다.

이제 마조레 호수를 떠나 언덕길로 향할 시간. 차들이 뜸해지자 포촐리는 Bentley의 성능을 마음껏 끌어냅니다. 타이어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와 노면을 헛도는 타이어 소리가 드라이브에 리듬을 더합니다. 40년 된 Bentley를 드리프트로 몰아붙이며 즉흥적으로 잠시 오프로드를 달려보기도 합니다. 

 

“6.75리터 V8 터보를 처음 사면 다들 제대로 한번 달려보죠. 그러다 어느 순간 깨닫게 돼요. ‘굳이 속도를 낼 필요가 없겠는데?’하고 말이죠. 토크가 워낙 강해서 기어를 D에 놓고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도 차는 여전히 시속 30 km 정도로는 움직이거든요.”  

 

이렇게 말하며 활짝 웃는 포촐리는 “마음이 차분해지고 여유가 생기죠. 이 느낌이 정말 좋아요. 그러다가도 가속 페달을 조금만 더 밟으면 아드레날린이 솟구칠 거라는 것도 알죠.”

늦은 오후, Bentley에 연료를 채울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제 디지털 네이티브와 아날로그 러버, 리카르도 포촐리의 두 가지 모습에 대해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나눠봅니다. 

 

“디지털 혁명이 시작되던 2000년에 저는 십대였어요. 그래서 그 흐름에 자연스럽게 뛰어들었죠. 세계 곳곳의 사람들과 연결되고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꿔 놓았죠.” 

 

“그런데 요즘 우리는 가끔 목적지에만 너무 집중하고, 그곳으로 가는 과정에는 충분히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 같아요.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게 목적이라면 상관없어요. 하지만 여정 자체를 즐기고 싶다면 그 시간을 온전히 경험하도록 해주는 무언가가 필요해요. 클러치든, 엔진이든, 배기 장치든 뭐든지요. 이런 차는 100% 아날로그잖아요. 그래서 운전하는 즐거움을 온전히 느끼게 해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