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변에 주차된 그의 Bentley 슈퍼스포츠 ISR에서 내리는 찻 치라티왓.
도로변에 주차된 그의 Bentley 슈퍼스포츠 ISR에서 내리는 찻 치라티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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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sports ISR

Chart Chirathivat(찻 치라티왓)

아름다운 자동차를 열정적으로 수집하는 사업가, Chart Chirathivat(찻 치라티왓)은 하루를 일찍 시작합니다. 그가 향하는 곳은 Bicester(비세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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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변에 주차된 닐 클리포드의 Bentley 터보 R 뒤에 세워진 찻 치라티왓의 Bentley 슈퍼스포츠 ISR
Salvino's 앞 도로변에 주차된 찻 치라티왓의 Bentley 슈퍼스포츠 ISR.
Salvino’s 앞에 두 대의 Bentley를 세워 놓고 앉아 있는 찻 치라티왓과 닐 클리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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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브레이크

녹턴
Salvino's
Chart Chirathivat(찻 치라티왓)

런던의 반체제 문화가 살아 숨 쉬는 Camden(캠던). 카페, 레스토랑, 바, 라이브 공연장, 개성 넘치는 작은 매장들이 관광객과 밤을 즐기는 사람들, 쇼핑객의 발길을 끌어모읍니다.

 

하지만 새벽 5시 45분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고양이들이 적막한 거리를 오가며 자신의 영역을 지키고, 멀리서 쓰레기 수거 차량의 기계음과 덜컹거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옵니다. 신호등은 아무도 지켜보지 않는데도 빨간불, 주황불, 초록불을 차례로 밝힙니다.

 

Brecknock 로드에 Brewster Green 색상의 깨끗한 1990년식 Bentley 터보 R이 모습을 드러내면 누구라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됩니다. 그리고 몇 초 뒤, 레드 디테일을 더한 블랙 색상의 매우 희귀한 2011년식 슈퍼스포츠 ISR이 뒤따라오면서 또다시 주변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이런 우연이 가능할까 싶지만 꽤나 운이 좋았던 모양입니다. 두 차량의 운전자들이 차에서 내려 천천히 셔터를 올리고 있는 Salvino’s로 향합니다. 커피가 준비됐습니다.

슈퍼스포츠 ISR을 소유한 사업가 찻 치라티왓이 Salvino’s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반면, 터보 R의 소유주이자 치라티왓의 친구인 Neil Clifford(닐 클리포드‍)는 이곳의 단골입니다.

 

갓 구운 페이스트리, 완벽한 크레마의 에스프레소,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 이른 아침부터 자동차 애호가가 모여들기에 더할 나위 없는 곳입니다.

 

Antonio(안토니오)와 Stefano Salvino(스테파노 살비노) 형제가 1979년부터 이탈리아 가정식 요리와 와인, 다양한 별미를 선보이는 이 보물 같은 가게를 운영해 오고 있습니다. 카놀로와 마키아토를 맛보러 들렀다가도 어느새 계획에 없던 물건을 한가득 안고 가게를 나서게 됩니다.

 

안토니오는 아스널의 팬이고 스테파노는 토트넘 홋스퍼를 응원합니다. 아스널이 우승을 향해 순조롭게 나아가고 있을 때, 토트넘은 강등 위기에 처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형제애만큼은 북런던 더비의 뿌리 깊은 라이벌 의식마저 뛰어넘었습니다.

치라티왓은 “제가 런던으로 이사 왔을 때 한 친구가 제가 자동차를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라고 설명합니다. “그러더니 ‘꼭 만나봐야 할 사람이 있어. 사업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분명 자동차 얘기를 더 많이 하게 될걸’이라고 하더군요. 그렇게 닐을 소개받았어요.”

 

패션 브랜드 Kurt Geiger의 CEO인 닐 클리포드는 Chris Harris(크리스 해리스)와 여러 지인과 함께 The Car Podcast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모던 클래식 중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모델이라면 그가 한때 소유했거나 지금도 소유하고 있을 겁니다.

 

클리포드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우리는 처음부터 잘 통했어요. 둘 다 자동차에 푹 빠져 있었거든요. 저만큼이나 차에 미쳐 있어요. 취향도 비슷하고, 아는 것도 비슷하고...”

 

“...거의 비슷하죠...” 치라티왓이 살짝 끼어듭니다.

 

치라티왓은 차를 최대 다섯 대까지만 소유하며 나름 절제했지만, 어쩌다 보니 최근에는 열 대까지 늘어났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나름 잘 참았어요. 세 대를 팔았거든요...”

 

“...그중 하나인 NSX를 제가 샀죠...”라며 이번에는 클리포드가 말을 받습니다.

 

“...그런데 두 대를 또 샀어요. 그래서 지금은 아홉 대예요.”

 

‘중독’이라는 말이 딱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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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위, 텐트 아래 놓인 Bentley 아이스 스피드 기록 차량.
잔디 위에서 오리지널 아이스 스피드 기록 차량과 함께 선보인 찻 치라티왓의 Bentley 슈퍼스포츠 IS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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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쓴 역사

아이스 스피드 기록
치라티왓의 슈퍼스포츠

2007년 1월, 네 차례 월드 랠리 챔피언을 거머쥔 Juha Kankkunen(유하 캉쿠넨)은 일반 사양의 컨티넨탈 GT를 타고 보스니아만 해안에서 약 8 km 떨어진 바다까지 나아갔습니다. 그리고 두께 70 cm의 얼어붙은 바다 위를 달리며 시속 약 199.865 마일의 새로운 아이스 스피드 세계 기록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시속 약 0.135 마일이 부족한 것이 못내 아쉬웠는지 캉쿠넨은 2011년 새롭게 출시된 슈퍼스포츠 컨버터블로 다시 기록에 도전했습니다. 롤 케이지와 파라슈트 브레이크를 제외하면 이번에도 기본 사양 그대로였습니다.

 

621 bhp의 엔진과 Quickshift 변속기, 사륜구동을 갖춘 슈퍼스포츠 컨버터블은 기록에 도전하기에 완벽한 차였습니다. 에어 서스펜션은 얼어붙은 바다 위의 울퉁불퉁한 노면을 훌륭하게 헤쳐 나갔습니다.

 

나머지는 캉쿠넨의 몫이었습니다. 시속 약 321 km를 넘는, 슈퍼스포츠의 네 바퀴가 모두 미끄러지는 아찔한 상황에서도 그는 단 1밀리초도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지 않았습니다.

 

2011년 2월 15일, 두 차례의 기록 주행에서 시속 205.48 마일을 기록하며 자신이 세운 아이스 스피드 세계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캉쿠넨의 무모할 정도로 대담했던 아이스 스피드 기록은 그를 21세기의 Bentley Boy로 만들어 주었고, Bentley는 이를 기념해 한정판 슈퍼스포츠 ISR 컨버터블‍을 선보였습니다.

 

2012년에 출시된 이 모델은 Bentley 역사상 가장 파워풀한 모델이자 가장 고가의 컨버터블 그리고, Bentley가 제작한 가장 빠른 컨버터블이었습니다. Beluga 블랙, Quartzite, Arctic White의 세 가지 색상으로 제공되는 디자인은 단연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치라티왓의 슈퍼스포츠 ISR은 100대 중 30번째 차량으로, Beluga 블랙으로 마감한 차체의 측면에 레드 컬러의 슈퍼스포츠 ISR 그래픽을 장식하고 보닛 벤트와 20인치 휠에도 레드 컬러의 포인트를 더했습니다. 잠복근무에 타고 나갈 만한 차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실내에는 레드 톤의 직조 패턴이 돋보이는 하이글로스 탄소섬유를 계기판과 콘솔에 적용했습니다. 다이아몬드 퀼팅 알칸타라와 블랙 가죽을 조화롭게 매치하고, 필러 박스 레드 컬러의 파이핑과 스티칭으로 포인트를 더했습니다. 시트백에는 레드 컬러의 벤틀리 윙스 엠블럼을 자수로 새겨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Breitling 아날로그 시계에서도 레드 포인트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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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과 자동차를 배경으로 잔디밭 위에 놓인 찻 치라티왓의 Bentley 슈퍼스포츠 ISR.
Selfridges 안내 표지판이 배경에 보이는 실내 주차장에 있는 찻 치라티왓의 Bentley 슈퍼스포츠 ISR.
도로변에 주차된 그의 Bentley 슈퍼스포츠 ISR에 기대어 있는 찻 치라티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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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램블

오전 9시, Bicester.
일과 삶의 균형
윙드 B

이번에 치라티왓과 만난 자리는 Bicester Scramble. 다양한 시대의 자동차가 한자리에 모이고 자동차 애호가들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차를 감상하는 행사입니다. 햇빛이 내리비치는 Ligurian(리구리아) 해변이 아닌, 쌀쌀한 Oxfordshire(옥스퍼드셔)의 비행장에서 즐기는 이탈리아식 산책을 상상하면 됩니다.

 

이곳에서는 이미 친숙한 치라티왓에게 여러 자동차 애호가들이 끊임없이 인사를 건넵니다. 그가 이곳을 찾은 이유는 또 한 대의 자동차, 바로 깨끗하게 관리된 Porsche 968을 들이기 위해서입니다. 이번에도 자제하지 못할 듯합니다.

 

자동차에 푹 빠지게 된 건 언제부터였을까?

 

“아버지가 예전에 Series 2, Series 3, XJS와 같은 Jaguar 차량을 복원하셨어요. 태국에서 차를 정비하고, 실내부터 기계적인 부분까지 모두 손본 다음 다시 판매하셨어요. 저는 아버지와 함께 영국에 와서 차를 구하고 예비 부품을 찾곤 했죠. 그때부터 자동차에 빠지기 시작한 것 같아요.”

현재 찻 치라티왓은 전 세계에서 쇼핑센터, 백화점, 식당, 호텔을 운영하는 글로벌 부동산 그룹 Central Group Europe의 CEO입니다. 런던의 Selfridges 역시 이 그룹이 운영하고 있으며, 치라티왓의 사무실도 이곳에 있습니다. Central Group은 여전히 치라티왓 가문이 소유하고 있으며, 그는 3대째 경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책임이 막중한 자리에서 어린 자녀까지 돌봐야 하는 그에게 자동차는 스트레스를 잊게 해주는 존재입니다.

 

“첫 차는 BMW 633CSi였어요. 자동 변속이었지만 디자인이 정말 마음에 들었죠. 몇 년을 타고 다녔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어느 날 도어 손잡이가 제 손에 툭 떨어지는 거예요. ‘아, 이제 차를 바꿀 때가 됐구나’ 생각했죠.”

 

(지금도 여전히 완벽한 상태의 633CSi를 찾고 있지만) 이후로도 여러 번 차를 바꿨습니다. 명차라면 무엇이든 관심을 가지겠지만, 슈퍼스포츠만큼은 오래 간직할 차입니다.

“ISR은 제 두 번째 슈퍼스포츠예요. 초기 쿠페 모델 중 한 대를 가지고 있었어요. 정말 좋아했던 차라 유럽으로 몇 번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죠. 사실 그런 여행을 위해 만들어진 차예요. 그러다 좀 알아보니 ISR이 슈퍼스포츠의 최상위 버전이더라고요. 그래서 ISR을 구매할 기회가 생겼을 때 망설이지 않았죠.”

 

치라티왓은 스크램블 행사장 부지에 있는 오래된 RAF 작업장 근처에 전시된 컨티넨탈 R 뮬리너 앞에서 걸음을 멈춥니다.

 

“이거 뮬리너죠? 플레어가 있네요. 정말 아름답지 않나요? 제가 Bentley를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이거예요. 마치 정장을 입은 보디빌더 같아요. 강렬하면서도 세련된 품격이 느껴지거든요. 소재도... 정말 아름다워요.”

 

언젠가 1990년대 컨티넨탈 R이 치라티왓 컬렉션에 포함될 수 있을지 묻자 치라티왓이 미소를 짓습니다. 그러고는 다시 발걸음을 옮깁니다. 그를 기다리고 있는 건 새로운 사람들과 자동차입니다.